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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가문학에 나타난 ‘넋두리’의 의미와 기능 연구 : 향가「처용가」와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중심으로

초록/요약

본 연구의 목적은 향가 「처용가」와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중심으로 한국시가 문학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넋두리’적 표현의 의미와 기능을 밝혀 언어적 표현의 종교적 기반을 설명하고, 이러한 표현을 통해 문학적 형상화가 진행되는 양상을 분석하는데 있다. 시대를 달리하는 두 작품의 이면에 흐르고 있는 정서는 매우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스스로의 욕망을 절제하고 인내하는 과정을 통해 고통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고 긍정적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모습은 문학을 통해 부정적 상황을 긍정적 경지로 확장하고 상승시키는 우리 고유의 문학적 형상화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넋두리’는 무속의 용어이지만 우리 언어 환경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을 제시하는 말이다. 그런데 불만이란 현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전제되어 있는 심리적 상태이다. 즉 무엇인가를 바라고 원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좌절의 정도에 따라 불만은 커지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염원에 대한 좌절의 정도를 ‘넋두리’나 ‘한탄’, ‘푸념’ 등의 발화를 통하여 나타내는 것은 단순한 허무와 포기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 내면의 갈망을 농도 깊게 표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용어가 무속과 같은 원시종교의 의식과 관련되어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왜냐하면 종교는 절대 타자가 -실제적이든 관념적이든- 상정되어 있지 않고는 형성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교는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는 기능을 수행 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것이다. 무속에서 ‘넋두리’는 망자의 영혼이 영매를 통해서 남은 가족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식을 통해서 죽은 자가 위로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가족들이 죄책감을 덜고 위로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시사 하는 바는 어떤 초월적 힘에 대한 믿음은 과학적 검증의 여부를 떠나서 실존하는 인간의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학에 나타난 넋두리적 표현 또한 실제로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기원(祈願)의 차원에서 가능한 기적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역신에게 아내를 빼앗긴 처용의 ‘빼앗긴 것을 어찌해’라는 넋두리적 표현은 역신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의 근거가 되었고,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이라며 떠나는 임을 순순히 보내 줄 것을 다짐하는 화자의 ‘넋두리’는 임을 절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는 마음을 감동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이러한 전환과 역전은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한계 인식과 자기 부정을 통해 외부의 절대적 타자의 개입을 긍정하여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종교적 과정의 맥락을 따르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타자성의 실현’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언어적 표현 방법으로서의 ‘넋두리’와 그 준거 지평이 되는 ‘타자성의 실현’을 고찰하고, 이것이 문학에서 실제로 어떠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두 편의 시가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한계 상황에서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고 그 상황을 타자의 개입이라는 종교적 기원의 맥락을 따라 실현시키는 모습은 우리 문학의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긍정적 방향성의 연원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 문학의 전통에 관한 지금까지의 여러 논란에 대해서 언어적 표현 분석을 통한 새로운 접근 방법의 가능성을 열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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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서론 = 1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 1
1.2 무(巫)의 준거지평 = 8
1.3 ‘넋두리’의 표현양식 = 17
Ⅱ. 향가 「처용가」에 나타난 ‘넋두리적 표현’과 ‘타자성의 실현’ = 23
2.1 처용가 해석의 배경 = 23
2.2 처용가의 ‘넋두리적 표현’과 ‘타자성의 실현’ = 31
Ⅲ. 김소월의 「진달내□」에 나타난 ‘넋두리적 표현’과 ‘타자성의 실현’ = 36
3.1 진달래꽃 해석의 배경 = 36
3.2 진달래꽃의 ‘넋두리적 표현’과 ‘타자성의 실현’ = 37
Ⅳ. ‘타자성의 실현’과 전통의 담론 = 48
Ⅴ. 결론 = 54
참고문헌 =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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