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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에서 나타난 '춘향' 모티프의 수용 양상 연구 : 옥중(獄中)장면을 중심으로

초록/요약

<춘향전>은 평범한 한국인 모두의 슬기와 지혜가 응집되어 영원히 지속되고 성숙해가는 진행형 고전으로서 항상 그때마다의 현재 시점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 고전이다. 그에 따라 <춘향전>은 지난 300여 년 간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각기 다른 장르로 끝없이 재창조되어 왔다. 고전이 현대적 문맥 속에서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고전의 재해석, 재창조의 노력이 요구되는데 춘향전은 변화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개방성’을 지님으로 해서 현재까지 다양한 주제적 변용과 함께 장르적 확산을 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고전 소설인 <춘향전>을 근간으로 하여 현대 작가들에 의해 변용된 작품들을 비교, 분석해 보았다. 대중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작품이자, ‘사랑’이라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얻어 너무나 다양한 모습,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 되고 있었다. 본 연구는 기존의 춘향전 관련 연구들에서 보였던 ‘춘향’의 모티프를 차용한 개별적 작가 중심으로 연구가 편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1910년대 이후 현대 시단에서의 ‘춘향’ 모티프의 변용에 관심을 두되 시 각각에 대한 피상적인 언급이나 열거를 하는 것을 지양하며, 통시적인 관점에서 시인들이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서 고전 작품을 대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고 발전시켰는지에 중점을 두어 살펴보았다. 단, 그 범위는 1910년대 이후 시인들에 의해 재인식되어 새롭게 변용된 ‘춘향’의 모티프를 가진 작품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되 공통적인 ‘서사 장면’을 바탕으로 변용이 이루어진 작품군으로 그 연구 범위를 한정하여 하나의 공통된 제재를 가지고 각 시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면에서 작품을 수용하였고 변용하였는지를 살피려 하였다. Ⅱ장에서는 <춘향전>의 ‘서사 장면’들을 세책본 춘향전의 <동양문고본>을 대상으로 서사 공간의 변화 양상을 정리해 이 글 전체를 커다랗게 20개의 상위 장면들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 중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춘향의 옥중(獄中) 장면에 관심을 두었다. 그 이유는 옥중에서 춘향이 일편단심으로 이몽룡에 대한 사랑을 홀로 지키며 기다림과 그리움의 감정,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 외로움과 체념의 정서 등을 복합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들이 시인들에게는 영감이 되어 작품에 자신의 생각을 덧입혀 형상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십장가에서 옥중몽, 장원급제, 옥중 상봉을 거쳐 암행어사 출두에 이르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있는 춘향의 옥중 장면은 <춘향전> 전체를 놓고 볼 때 최고조의 위기와 절정을 이루는 부분으로 사건이 가장 비극적으로 전개되며 인물의 갈등이 매우 심화되는 부분이기에 선행 텍스트와 변용된 작품들을 비교 분석해보며 <춘향전>이 현대 문학에 주는 시사점과 의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는 데 지향점을 두었다. Ⅲ장에서는 각 시인별로 어떻게 춘향의 옥중 상황을 모티프로 하여 구체적으로 작품을 형상화 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김영랑은 <춘향전>에서 등장인물과 제재를 수용하였다. 특히 <춘향전>의 ‘옥중(獄中)’의 모티프를 차용하여 작품을 재창조, 재구성해내었으며 주제와 플롯 등을 고전 작품을 차용하되 작가의 현실 인식을 선행 텍스트의 배경적 요소와 등장인물의 행위에 적극적으로 투사하였다. 또한 선행 텍스트에서 나타났던 주인공의 여러 성격의 유형 중에서 저항적, 의지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또한 <춘향전>에서 주제적 측면을 수용하였다. 김영랑은 시 세계의 변모를 모색하기 위해 고전작품에서 그 대안을 찾았던 시인은 죽음을 무릅쓰고 일편단심을 지키는 춘향의 정절을 사육신의 절개, 논개의 애국에 대응시킨 것으로 보아 시인이 이 작품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춘향의 사랑과 정절만을 예찬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작품을 노래함으로 식민 치하의 독자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려는 의도 또한 지니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선행 텍스트와는 다른 결말 구조의 변형을 통해 자기 스스로의 비관적 세계관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였다. 서정주는 춘향전의 한 국면(극적 상황)을 선택하여 그의 시에 나타난 춘향을 <춘향전> 내부의 인물로 형상화 시키면서 그곳에 자기 입김을 불어 넣어 생동하는 인물을 만들어 내었다. 또한 춘향의 사랑에 대한 집념을 불교적 시공간과 윤회사상에 결부시켜 심화한 춘향의 드라마를 빌어 인간적 집념과 사랑의 항구적인 영속성을 노래하였다. <춘향전>이라는 선행 텍스트에서 제재를 차용한 후 시인 자신의 의도대로 변용을 한 것이다. 이 작품은 판소리 춘향가 중 ‘장탄가(長歎歌)’를 그 제재로 하고 있으나 춘향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보이는 어조와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 선행 텍스트의 춘향은 슬픔에 젖어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변용된 텍스트의 춘향은 죽음조차 자신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는 당당한 자기표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박재삼은 전체적인 줄거리를 비롯한 인물의 갈등 양상 등을 과감히 생략한 채 선행 텍스트의 한 장면을 선택하여 그 장면에서 나타난 인물의 슬픔, 그리움, 기다림 등의 정서들을 극대화하여 일상의 사물과 자연물로 형상화하는 노력을 하였다. 줄거리가 바탕이 되는 서사문학을 바탕으로 한 선행 텍스트를 서정문학인 시로 변용한 것이므로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과감한 줄거리의 생략은 다른 시인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박재삼의 시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특징이었다. 살펴본 두 시편 또한 춘향전의 기본 장면 중 옥중(獄中) 장면을 공간적 배경의 모티프로 삼고 있으며 재창조된 텍스트에서는 ‘춘향’의 현실적 행위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고, 다만 현실세계와의 극명한 갈등을 보이는 이 장면을 선택함으로 그 안에서 인간 춘향이 느낄 수 있는 그 심리를 중점적으로 차용해 자신의 작품 속에 동화시키고 있었다. 그의 시에 있어 ‘춘향’은 사랑과 고통을 안은 채 막연히 구원자를 기다리는 하나의 숙명적 여인으로 한정되기보다는 보다 보편적이고 보편적인 차원의 인물로 형상화되었다. 송수권 이전의 변용 작품들은 <춘향전>을 선행 텍스트로 삼고 ‘춘향의 옥중(獄中) 상황’에 초점이 맞추어져 변용되었으며, 춘향의 ‘일편단심’이 중점적으로 강조되었거나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한이 극대화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춘향의 사랑은 ‘애틋한 사랑’으로 형상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송수권은 이전의 모티프 변용 방식에서 탈피하여 남성적인 어조의 표현을 통해 고전적 설화 텍스트를 생명력 넘치는 현실적 텍스트로 전환시켜놓았다. 춘향을 억압하고 있는 변학도는 부정부패한 동시대의 사회 모순, 관습, 제도의 상징이며 춘향은 변학도와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기존 세계의 질서에 대해 의식을 가지고 항거하는 인물로 상징되었다. 이처럼 시인이 선행 텍스트인 <춘향전>으로부터 얻어낸 체험은 ‘사회 비판’의 메시지였고, <춘향전>의 주인공을 통해 그 메시지를 구체화시켜 놓았다. 결국 시인은 춘향의 ‘사랑과 그에 대한 고난’의 모티프를 선행 텍스트에서 수용했지만 선행 텍스트에서 지닌 여러 복합적인 메시지 중 ‘사회비판’의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확대시켜 보여주었다. 강은교 또한 기존 <춘향전> 변용의 주제적 측면이던 ‘일편단심’의 수용을 거부하고 오히려 이 ‘일편단심’을 춘향을 옥중(獄中)으로 몰아넣은 하나의 굴레로 인식하였다. 이 같은 지속적인 변화는 선행 텍스트를 접하는 시인의 체험과 시대 현실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강은교는 이 작품에서 옥중(獄中) 장면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춘향이의 꿈을 소재로 하여 춘향을 1인칭 화자로 내세워 죽음을 눈앞에 둔 춘향이의 애절한 심정을 노래하며 시련의 장면의 극대화를 통한 변용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춘향의 성격은 선행 텍스트를 수용한 작가의 세계관과 그 작가가 살던 시대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는데 주로 후대로 올수록 봉건적인 ‘일편단심’의 열녀로 그려지기 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위해 의욕적으로 항거하거나 봉건적 관습을 벗어나려는 근대적 인간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Ⅳ장에서는 ‘춘향’ 모티프 수용의 의의에 대해 고찰해보았다. 주제에 있어서 개방성을 지닌 <춘향전>은 후대 작가들에게 다양한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었으며 작가들은 이 텍스트에서 다양한 소재를 취하게 되어 동일한 소재를 취하더라도 그 작품을 접하는 개인에 따라 무한히 소재의 변용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또한 시적 소재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었고, ‘전통성’의 계승의 측면, 마지막으로 보편적 공감대의 확장이 거꾸로 <춘향전>이 더욱 많이 수용되고 변용되는 양상을 낳은 측면을 통해 <춘향전>모티프 수용의 의의를 찾아보았다. 한국의 대표적 고전소설인 <춘향전>은 원전조차도 딱히 어떤 것이라 지정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에 의해 쓰이고, 해석되었으며 현대에 와서는 소설, 시, 희곡, 영화, 뮤지컬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수없이 변용되고 있다. 춘향전이 이처럼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기억될 수 있는 것은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풍류와 해학, 풍자의 수법으로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삶과 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주제적 차용을 넘어선 현대적 관점의 변용은 원전이 담고 있는 이러한 의미를 더욱 증폭시켜 새로운 교훈과 의미 부여를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현대시에 나타난 <춘향전>의 수용과 변용 양상을 한 장면을 채택함으로 하나의 소재를 시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재창조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 고찰해보았다. 따라서 다른 서사 장면에서의 변용 양상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했으며, 80년대 이후의 몇 시인에서 드러났던 변용에 관한 논의가 없음을 본 연구의 한계로 밝히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춘향전>의 시적 변용에 대해 연구하는 작업은 우리들이 전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재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논의이기에 이러한 연구가 지속되길 바라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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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I. 서론 = 1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 1
2. 선행 연구사 검토 = 3
3. 연구의 방법과 범위 = 7
Ⅱ. <춘향전>의 서사 구성 = 12
Ⅲ. 현대시에 나타난 ‘춘향’ 모티프의 수용 양상 - 옥중(獄中)장면을 중심으로 = 15
1. 김영랑 「춘향」 = 15
2. 서정주 「춘향유문」 = 23
3. 박재삼 「화상보」, 「녹음의 밤에」 = 28
4. 송수권 「춘향이 생각」 = 33
5. 강은교 「춘향이의 꿈노래」 = 37
Ⅳ. ‘춘향’ 모티프 수용의 의의 = 42
Ⅴ. 결론 = 47
<참고문헌>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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