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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의 타자성 연구

초록/요약

본 논문은 문태준이 전통적인 서정시의 문법 양식을 따르면서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로 새로운 서정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태준의 시세계에 대한 연구가 아직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문태준의 시는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서정의 방식인 주관성으로부터 세계를 해석하려는 모습이 아니라, 객관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문태준의 시세계를 이끌어나가는 주체는 타자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시세계를 해석하는 일은 곧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설명해내는 일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고는 문태준 시에 나타나는 타자성 연구를 통해 시인의 시세계를 밝혀보고자 하였다. 문태준의 시에서 죽음은 타자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계기이자, 온전한 주체성을 획득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시인은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 속성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그러나 주체적으로 죽음의 의미를 해석하거나 감각적인 차원에서 규정해보고자 하는 것과 같은 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세계 내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미지의 존재인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시인을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죽음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죽음으로부터 거리를 확보하게 된 화자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한 번 죽음이나 타자와 같은 세계 바깥의 존재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문태준의 시에서 타자는 저녁의 시간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모습을 보인다. 주체와 타자는 모두 저녁에 시간에 위치하게 될 시간적 존재이며,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는 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시인은 주체의 권위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타자들과 평등한 시선을 맞출 때, 타자의 가치를 발견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주체와 타자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다양한 관계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다양한 관계의 양상을 탐색하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는 지평의 인식을 확장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문태준의 시에서 저녁의 시간과 더불어 등장하는 늙은 사람들의 모습은 미래의 시간에서 마주하게 될 주체 자신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문태준의 시에서 주체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정의하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타자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 타자는 단순히 주체와 대비되는 개념의 존재가 아니라 주체의 의미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시인은 실제적으로 주체와 타자가 관계를 맺으면서 의미를 형성하게 되는 다양한 순간들을 그려낸다. 주체와 타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속에서도 타자에 의한 주체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죽음의 사유로부터 발견하게 된 타자는 주체와 관계함으로써 무한한 의미를 생성해내게 되는 것이 아니다. 수평적인 시선의 태도를 바탕으로, 타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타자의 삶의 책임을 지는 주체만이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주체로서 거듭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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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서론 1
1. 연구 목적 1
2. 연구사 검토 7
3. 연구 방법 및 범위 14
Ⅱ. 타자의 발견과 죽음 19
1. 죽음의 질서와 타자의 발견 19
2. 죽음의 실체와 감각적 인식 24
3. 죽음으로부터의 도피와 성숙 28
Ⅲ. 타자의 생성과 시간 36
1. 저녁의 시간 속 수평적 시선 36
2. 타자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확장 43
3. 반영의 미래와 시간의 흔적 49
Ⅳ. 타자와 주체의 만남 56
1. 타자의 부재와 주체의 의미 56
2. 타자의 역할과 관계의 향유 63
3. 타자의 흔적과 지속의 책임 69
Ⅴ. 결론 77
□ 참고문헌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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