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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문예영화의 자기반영성 연구

A Study on the Self-reflectivity of 1960‘s Literary Film

초록/요약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소설과 영화의 상호교섭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 두 장르는 서로 협력하면서 서사장르의 심화와 확대를 이루었다. 이러한 결과는 두 장르가 서로 교섭하면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언어를 정립하고 서사성을 확립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이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 1960년대 문예영화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문예영화는 원작인 소설을 충실하게 반영했던 기존의 습관을 버리고 영화가 자신만의 언어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적인 변모를 시도했으며, 이로 인해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영화 특유의 기법들이 등장한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영화화한 김수용의 영화 <안개>에 등장하는 ‘미장아빔’ 효과는 영화 곳곳에 거울이미지를 등장시킨다. 기차 창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얼굴은 현재의 자아와 대립되는 과거의 자아, 즉 본질적이고 내면적인 자아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윤기준은 내면적인 자아와 계속적으로 마주하면서 자기 자신의 본모습을 응시하고 성찰하게 된다. 극의 후반부에서 현실적 자아는 드디어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 조우하게 되는데 이 쇼트에서 주인공의 자아분열은 극에 이르게 된다. 이어령의 소설 「장군의 수염」을 영화화한 이성구 감독의 영화 <장군의 수염>은 비교적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속의 영화’를 만화로 제시하는 방법을 동원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평소 풍자적인 내용의 만화를 주로 그렸던 신동헌의 만화를 삽입해 ‘영화 속의 영화’가 현실의 외부세계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소설보다 더 확실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이미지가 문자 언어보다 명시적이고 가시적이라는 특성을 잘 살려 장군이나 그의 측근들을 풍자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에 삽입된 만화를 통해서 현실과의 관련성을 되돌아보고 세계와 주체의 관계를 다시 한 번 고찰하게 한다.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를 영화화한 김수용의 <시발점>에서는 더욱 더 다양한 기법들이 등장한다. 형의 글쓰기인 동시에 형의 과거라고 할 수 있는 이차서사가 ‘모노크롬’ 기법을 동원해 흑백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시간에 주목했던 소설과 달리 영화에서는 시간의 파괴와 해체가 시도된다. 동생은 형의 과거 속에 직접 침투하여 과거의 형과 대립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는 형의 ‘소설 쓰기’ 과정을 등장인물인 동생이나 관객에게 공개함으로써 글쓰기의 생산자와 수용자 모두가 매체의 창작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든다. 기존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완성된 서사나 전형적인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고 비고정적인 서사를 보여주고 글쓰기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서사를 지연시키면서 수많은 틈을 만들어 낸다. 자기반영적 텍스트에서 독자나 관객은 그 틈을 채우고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기반영적 텍스트는 고정된 의미가 아니라 다원적이고 상대적인 의미의 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1960년대 후반에 주로 등장했던 자기반영적 문예영화는 위와 같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꿈이나 상상, 분열 등의 환상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시공간은 소설에서는 불가능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소설이 영화로 변용되면서 영화는 자신들의 기술과 상상력을 동원해 시공간을 재창조하였다. 영화는 소설보다 수많은 시공간이 연결되어 있고 그 경계의 넘나듦이 소설보다 자유롭다. 이 시공간은 잠재적이고 시뮬라크르적이고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시공간이다. 영화를 통해 이러한 심리적 시공간이 부각되면서 시공간은 이데올로기적 의식에서 불명료하고 혼란스러운 생성의 가능성을 지닌 장으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즉 시공간이 확장되면서 관객은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의미를 도출할 수 있는 다양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1960년대의 자기반영적 영화가 선보였던 모더니즘적 특성은 외부세계와 관계를 떠나서는 설명할 수 없다. 현대사회는 보드리야르의 말대로 이미지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실재의 흔적이 없어지는 대신 이미지가 난무하는 현대사회에서 현대인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대상은 실재가 아니라 이미지이다. 현대사회는 이미지가 마치 실재처럼 움직이고 있으며 이미지가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사회가 되어버렸다. 때문에 그 세계 안에 있는 현대인들은 어느 것이 가상인지, 어느 것이 사실인지 구분 또한 모호하게 되어버렸다. 실재와 환상, 꿈과 현실이 모호한 세계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영화가 주목하는 바이다. 보드리야르는 현대인은 이미지만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대상이나 상황의 본질을 알 수 없을뿐더러 그것들을 비판할 수 있는 능력조차 상실했다고 말한다. 현대인은 이미지의 화려함에 속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것에 대한 참여의지가 무력화되고 소통이 차단된 세계에 존재하게 되었다. 그는 현대인이 자신들의 거울이미지에 의해 껍데기만 남았고 실재의 자아는 죽임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 공동체의 단절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자기반영적 문예영화는 이처럼 시대적 물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지의 사회에서 느끼는 현대인의 불안과 혼란을 주제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자기반영적 문예영화는 소설을 영화로 변용하면서 먼저 텍스트의 상호교섭적인 맥락에 주목한다. 원본에 대한 재구성과 재해석은 해석의 고정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의식적 텍스트를 통해 텍스트의 허구성을 강조하는 작업은 자아와 외부세계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관객은 매체와 객관적인 거리를 확보하면서 자기 응시와 성찰의 장을 마련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기반영적 텍스트는 수용자를 창작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상적이고 고정된 완전한 서사가 아니라 불완전한 서사의 틈을 메우는 역할을 담당하게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수용자는 기존의 사유의 방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외부 세계를 사유한다. 이미 주어진 완전한 세계에 감정이입되고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세계에 대해 질문하고 그것을 탐색하는 여정에 참가해야만 주체의 사유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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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서론 1
1. 연구의 목적 1
2. 연구사 검토 7
3. 연구 방법론 17

Ⅱ. 문예영화의 형성과 자기반영성의 미학 25
1. 문예영화의 성립과정 25
2. 문예영화와 자기반영성 33

Ⅲ. 문예영화에 나타난 자기반영성의 양상 47
1. 꿈 이미지에 의한 환상쇼트 48
2. 거울 이미지에 의한 미장아빔 63
3. 영화 속의 영화 75
4. 시공간의 주관적 재구성 85

Ⅳ. 문예영화의 자기반영성의 의미 96
1. 상호텍스트성과 열린 대화 98
2. 자기 응시와 자아 성찰 102
3. 창작과 비평의 역동성 106

Ⅴ. 결론 110

참고문헌 116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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