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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로부터의 도피와 좌절에 대한 연구 : 이상 텍스트에 나타난 근대인의 공포를 중심으로

초록/요약

이 연구는 이상의 전 문필 활동을 통틀어 그의 창작 동인이 되었던 ‘공포와 불안의식’이 어디에서 기인하고, 작품 속에서는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를 살펴 작가의 작품을 반영론적 시각에서 해석함을 목표로 한다. 이상의 텍스트들은 전반적으로 소외감, 공포, 불안의식이라는 용어로 설명되고 있으며 그것의 원인은 대체적으로 작가의 전기적인 삶, 근대화에 대한 반발, 식민지 상황 등으로 요약된다. 순수하게 우리의 힘으로 이룬 근대화가 아닌, 강제 이식된 문명으로서의 근대화는 전근대를 이제 갓 벗어나기 시작하던 당대인들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것은 잘 자다가 갑자기 물벼락을 맞은 듯한 형국으로 향방 없는 질주를 종용하는 채찍이었고,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왔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혼돈의 연속이었다. 공동체적 가치관과 가부장적 지배 질서에 익숙했던 중세인들은 기존의 삶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강요당했으며 그것의 결과는 불안과 공포로 점철되는 근대 사회의 폭력성을 자각하지 못한 채 개인의 삶은 철저히 소외되고 짓밟혀 가게 된다. 실제로 이들은 근대화된 사회에 잘 적응하지도 못하였고 사람들은 점차 생활 전선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삶의 전선에서 쫓겨 나간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근대화로 인해 유폐당하는 일을 겪게 되거나, 무기력한 ‘박제’가 되어버린 채, 근대화의 폭력성에 대항하지 못하고 자멸의 길을 겪게 되었다. 물론 생활 전선에 적응하게 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거대 사회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채, 자아의 상실이나 인간 소외를 겪어야 했으며 몰개성 획일화의 과정을 겪게 되었다. 이러한 근대의 폭력성은 동시대를 살았던 이상의 텍스트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상 자신이 근대화의 희생물이며, 다른 타자들 역시도 자신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목도하면서 그는 근대적 합리주의가 제시하는 낙관론적 희망에 대해 회의를 품는다. 그리고 거대 근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 공동체의 모습이 어떻게 파괴되어 가고 있는지를 ‘공포와 불안’이라는 분위기를 작품 전반에 표출함으로써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상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불안의식은 크게 셋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것은 전 근대 즉 중세에 대한 ‘애증’으로 설명될 수 있는 19세기식에 대한 향수와 혐오, 조선의 사회에 불어 닥친 근대 공간의 폭력성에서 기인한 공포와 불안, 그리고 도피처로 설정되었던 초현실 공간에서조차 사라지지 않는 공포와 불안이 그것이다. 이렇게 나눠진다고 해도 작가가 느끼는 공포의 불안은 하나로 집약된다. 그것은 거대 근대화의 과정에서 보인 공포와 불안 의식이다. 왜냐하면 초현실과 전근대에 대한 공포의식은 근대에서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상이 초현실로의 도피를 꿈꿀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나, 전근대에 대한 혐오와 동경의 자기 모순성은 모두 근대화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상의 작품에서 보이는 공포와 불안 의식의 대부분이 ‘근대화’와 맞물리고 있음에서도 확인된다. 같은 이유로 본고에서도 근대시공간에서 발생한 근대의 폭력성에 대해 작가의 거부 반응과 좌절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어 작품을 해석하였다. 초현실과 작가에게 19세기식으로 인식되는 전근대는 근대화에 대한 반작용이며, 작가에게 있어서 탈출장소로의 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작가는 근대화의 폭력에 대하여 자기 나름대로의 탈출구를 찾기도 하고, 스스로 삶을 유폐시키기도 하고, 초현실로의 도피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일련의 시도들은 모두 좌절된다. 그 이유는 근대화의 폭력성이 무차별적이며 무표적적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이 또한 그의 작품이 낙관론적 미래를 제시하지도, 전반적 분위기가 밝지 않음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가 초현실적 세계에 대한 공포를 무차별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그것이 초현실적 세계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때문이라기보다, 초현실의 세계에까지 엄습해 온 근대화의 폭력적 속성 때문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따라서 이상의 문학은 동시대인들이 겪어야 했던 근대화의 폭력을 스스로 체감하면서 당대 사회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을 놀라울 정도로 날카롭게 포착해 낸 보고문학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전술했든 이상의 문학 전반에는 공포와 불안의식이 표출되고 있다. 어떤 작가에게 있어 문필활동 전반을 지배하는 분위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러한 분위기의 근거와 파악은 그의 텍스트를 연구하는 데 있어 선행되어야 할 요소일 것이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이상 문학 전반에 나타난 공포의식을 전근대와 근대, 초현실로 나누어 살펴봄으로써 공포의 근원을 발견하고, 그의 작품 속에서 근대적 불안이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를 반영론적 측면과 텍스트 상호성에 비추어서 시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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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I. 서론 = 1
1. 문제제기 = 1
2. 텍스트 비교논의의 필요성 = 7
3. 기존 연구사 검토 = 17
4. 연구 방법과 범위 = 23
II. 본론 = 26
1. 근대화의 세 가지 시각 = 26
가. 중세로부터의 탈출, 모더니티의 시작 = 26
나. 끊임없는 자기부정, 모더니티의 자기 모순성 = 29
다. 근대화의 배신과 모더니즘의 갈래 = 33
2. 이상의 부정과 저항, 그 세 가지 모습 = 35
가. 19세기에 고함, 굿바이 = 35
나. 신경질적으로 비만한 근대 공간 = 47
다. 시계 문자반에 비친 근대화의 몰락 = 78
3. 새로운 탈출 공간으로의 도피 시도와 좌절 = 94
III. 결론 = 111
참고논저 =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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